[사설] 미래 대신 과거와 네거티브만 넘친 서울시장 TV토론

입력 2021-03-31 04:02
29~30일 개최된 서울시장 TV토론은 후보들의 시정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약을 검증해보는 기회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네거티브 공방의 장’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각각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문제를 공격하는 데 열을 올렸을 뿐 그 외 공약들에 대해선 수박 겉 핥기 식 설전만 벌였다. 그렇다고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거나 특혜가 아니라는 명확한 해명이 나온 것도 아니고, 현 정부 부동산 실패 문제 역시 기존에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주장해오던 내용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나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 과거 일들을 들추는 데 급급하느라 정작 중요한 서울의 ‘미래’에 대해선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토론 태도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두 후보는 ‘왜 말꼬리를 잡느냐’ ‘태도가 이상하다’며 주제 외적인 사안에 불만을 터뜨리느라 정작 제기된 이슈에 대해선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또 발언 중간에 상대의 말을 끊기 일쑤였고, 토론 규정을 벗어나 자료판을 너무 자주 꺼내들어 사회자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10년을 쉬어서 발전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박 후보), “이미 1973년도에 나온 수직정원 공약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오 후보)며 상대 후보나 공약을 조롱하는 발언도 많았다. 토론 뒤 양당이 내놓은 평가도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어버버했다. 눈동자가 흔들리더라”고 비꼬았고, 국민의힘은 “박 후보가 울까봐 조마조마했다. 설명이 (허황되게 들려) 원적외선 바이오 맥반석 오징어 파는 느낌이었다”고 비아냥거렸다. 자당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이 더 돋보였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상대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중요한 TV토론이 끝나면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중간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할 텐데, 아마도 적잖은 유권자는 누굴 고를지 혼란이 더 가중됐을 것 같다. 토론 중간에 TV를 끄고 싶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TV토론이 유권자들한테 중요한 투표의 잣대가 되기는커녕 이처럼 품위 없는 말싸움에 그치면 정치 혐오증만 키우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차후 선거부터라도 토론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자세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아울러 같은 질문은 계속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토론 규정을 어기면 발언시간을 제한하는 등 진행상 문제점도 속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