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를 통틀어 가장 넓다. 중앙아시아에 접해 오랜 시간 이슬람 영향에 있던 이곳은 18세기 청나라 때 중국 땅에 복속됐다. 중국은 낙후된 도시를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주도권을 잡게 했다. 신장 지역에 흩어져 살던 위구르족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1997년, 2009년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중국은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분리독립, 반중 정서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신장은 홍콩, 대만과 함께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곳이다. 미국이 중국의 신장 수용소 정책을 인권 탄압, 대량 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비판해도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테러와 극단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인권과 동맹 외교를 내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전선은 더욱 뚜렷해졌다. 서구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은 신장 강제노동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미국에서 신장의 강제노동이 이슈화된 건 2018년쯤이다. 신장 남부 호탄의 의류 업체와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의 한 스포츠 브랜드 제품 출처를 조사했더니 상당수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미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협회는 ‘신장 강제노동 위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작년 12월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의 면화와 면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언론이 밀어붙이고 반중 정치인과 NGO가 가세해 미 정부가 신장 정책에 간섭할 구실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 시작 전 짧은 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의 비서실장이었던 로렌스 월커슨이 2018년 8월 한 연설이다. 국제 안보 전문가인 그는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억제다.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란 조성이다. 위구르인들과 함께 베이징을 자극하면 내부로부터 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신장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전략 요충지다.
중국이 왜 신장을 건들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지도에서 신장과 바로 아래 또 다른 소수민족 지역인 시짱자치구(티베트)만 떼어도 영토의 4분의 1이 사라진다. 중국으로선 아찔한 일일 것이다. 동시에 신장 인권이 미·중 패권 다툼의 소재가 돼버린 안타까운 현실도 볼 수 있다. 인권은 그 자체로 고귀한 가치지만 때때로 추악하게 이용된다는 사실이 신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서방 국가와 중국이 제재와 보복 제재를 가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신장의 인권이 나아진다는 것인지 연결고리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시작은 정확한 현실 진단이다. 유엔은 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의 신장 방문을 중국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유죄 추정식 조사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신장에 적대적인 사람이 발을 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우호적인 인사를 불러 연출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의혹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부추길 뿐이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벌였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장 조사에 중국 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원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불신 때문이다. 신장에서 같은 논쟁이 되풀이된다면 중국에도 이로울 게 없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