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금융사 노무라홀딩스가 미국 자회사에서 20억 달러(약 2조2700억원)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미 대형 헤지펀드에서 포지션을 청산함에 따라 1분기 실적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들이 지난주 미 증시를 뒤흔들었던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과 연관성이 있는 건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노무라홀딩스는 “지난 26일 미 자회사에서 현지 고객과의 거래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잠재 손실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무라홀딩스는 고객에게 청구할 금액을 26일 기준 20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날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증시에서 노무라홀딩스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16.33% 급락했다.
월가에선 이번 노무라의 손실 가능성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발생한 200억 달러 규모 블록딜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했다. 블록딜 배후에는 한국계 미국인 펀드매니저 빌 황이 운영하는 투자사 아케고스 캐피털과 연루돼 있다.
아케고스 캐피털은 투자한 중국 기술주 등 주식 종목들이 급락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 주요 투자은행들로부터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을 당했다. 아케고스가 마진콜에 응하지 않자 골드만삭스 등 미 투자은행들은 장외 거래에서 블록딜을 통해 아케고스 보유 주식들을 대량 매도했다. 이로 인해 20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이 청산된 것으로 추산된다. 블록딜은 대량 거래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보통 장외 거래에서 이뤄진다.
크레디트스위스도 29일 장 시작 전 마진콜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있는 미국의 한 펀드 고객사와 관련해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헤지펀드의 정확한 명칭은 알려지지 않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다른 은행들도 이 해지펀드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상황에선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면서 “시장에 실질적, 연쇄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지도 단정 짓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라홀딩스의 경우 연 이익을 고려하면 이번 손실이 확정될 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 등도 연관돼 있는 만큼, 조 바이든 정부 이후 미·중 갈등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추정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