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연구 용역 또 연기… “과학적 근거 없나”

입력 2021-03-30 04:07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국내 도입, 즉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가 또 미뤄진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의 필요성을 연구 중인 한 용역 단체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추가 연기 신청한 탓이다.

용역 연구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된 적이 있다. 게임 이용을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삼을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빈약해 연구 조사가 더뎌진 것 아니냐는 업계·학계의 지적이 나온다.

29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의 타당성 연구를 맡은 한 연구진이 최근 정부에 조사기간을 6개월 늘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파로 9월로 예정된 연구결과 발표도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무조정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2019년 7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중재에 나선 바 있다. 민관협의체는 게임이용장애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3가지 주제로 용역 연구를 맡겼다. 연구는 원래 지난해 초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연기돼 8월에야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에 한 연구진이 추가로 연기 신청을 하면서 6개월이 더 미뤄지게 됐다. 연기 신청한 연구는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정슬기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게임이용 장애 국내 실태조사 기획이다. 이 연구는 국내 진단군 현황과 특성 등을 설문 및 면접 형식으로 조사하는 게 골자다. 약 8개월간 연구 기간이 주어졌으나 6개월 연장 신청하면서 총 14개월간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이번 연기 신청은 관련 부처와 민관협의체 내 소위원회 등을 통해 승인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연구 용역의 기간 연장은 흔한 일”이라면서 “특히 이번에 연기 신청한 연구건은 대면 설문 조사가 많기 때문에 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초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IT 업계와 학계, 의학계 등에서는 게임 질병코드의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해선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6개월이면 연구 하나를 더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긴 기간”이라면서 “연구를 진행한 3가지 주제 모두 대면 조사가 들어가는데 유독 한 가지 과제만 6개월이나 연기 신청한 건 애당초 결과 산출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