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예금 가입 땐 설명 필요 없어” 금소법 땜질 처방

입력 2021-03-30 00:06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후 은행 창구 등에서 혼란이 빚어지자 또다시 안내 사항을 배포하며 ‘땜질’ 수습을 반복했다. 복잡한 내용의 가이드라인(지침)이 계속 추가되자 금융사 현장 직원과 소비자 모두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배포한 금소법 관련 설명자료에서 “금융상품 유형에 따라 (설명의무 준수 대상인) 일반금융소비자가 달라진다”며 “일반 성인은 예금 가입 시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적금 등 예금성 상품의 경우 만 19세 이상은 ‘전문금융소비자’로 보기 때문에 은행 직원이 상품 내용 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설명의무는 금융사 직원이 일반금융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하거나 일반금융소비자가 설명을 원할 때 금융상품에 관한 중요사항을 안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반하면 금융사는 판매 수입의 최대 50%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판매 직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금소법상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청약철회권, 소액분쟁조정 이탈금지 의무는 ‘일반금융소비자에 한해’ 적용된다고 뒤늦게 고지한 것이다.

금융위가 부랴부랴 설명에 나선 것은 지난 25일 금소법 시행 후 현장의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행 당일부터 한층 까다로워진 절차 때문에 금융업무 처리 시간이 크게 늘어나자 현장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금융사 직원들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항의하는 고객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투자상품 창구에서는 어려운 금융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투자자성향 분석 단계에서 탈락해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결정 후 1년 동안 금융권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만 기다렸는데 질의를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다”며 “이제야 이런저런 지침을 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금융위는 25일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 놨지만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배포 시기도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명의무 이행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으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물러섰다. 금융위는 “반드시 설명서를 구두로 읽을 필요 없이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며 “내용 중 소비자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항목은 제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권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런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가는 ‘불완전판매’ 시비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반응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나중에 원금 손실을 본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설명을 못 들었다고 하면 금융사 직원이 모두 증빙해야 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금융사 설명을 임의로 건너뛰었다가는 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