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에 달하는 거대한 선체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채 좌초됐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부양 작업이 성공을 거두며 정상 상태를 회복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에버기븐호 선체를 완전히 부양하는 데 성공해 운하의 통행이 재개됐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 국민은 오늘 엄청난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로 인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종식했다”고 발표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에버기븐호 인양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인양 작업은 이날 오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해상운송업체 인치케이프는 에버기븐호가 오전 4시30분쯤에 성공적으로 재부양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추적 사이트인 베슬파인더는 에버기븐호의 상태를 ‘정상 항해(under way)’라고 표기했다.
에어기븐호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은 선박의 엔진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인양 즉시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CNN은 에버기븐호 선미가 움직이면서 꽉 막혔던 운하가 일부 열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에버기븐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인근에 있던 예인선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물류 지연 장기화를 우려했던 해운·물류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통항이 정상화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해마다 전세계 바다를 통해 110억 t의 화물이 수송 이동되며 이 중 40%가 컨테이너 형식이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로다. 하루 330만 t의 화물이 운하를 통해 수송되었으며 세계 무역량의 12%가 이곳을 거쳤다. 배에는 2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가 실려 있다.
앞서 컨테이너선 4척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던 HMM은 “수에즈 운하 부근에 몰려있는 타국 선박이 450여척이 넘는다.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하루 40~50척인 점을 고려하면 통항 정상화까진 열흘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MM은 향후 운하 복구 속도에 따라 다음 주 선박의 항로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자동차 운반선의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던 현대글로비스도 당분간 우회 항로를 유지하면서 통항 정상화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희망봉을 돌면 약 9000㎞를 더 항해해야 해 소요기간이 7~10일 더 걸린다.
조성은 안규영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