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했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와 관계 부처 장관들은 부동산 문제로 고개를 숙였다. 여권 핵심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내로남불’, 정책 실패 등 부동산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전격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였다. 김 전 실장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고, 여당은 지난해 7월 30일 야당 반대에도 전월세상한제를 밀어붙여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31일 시행됐다. 그러나 정작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자신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게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전세 세입자로 사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오른 탓에 자신도 청담동 아파트 보증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언론에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1억2000만원을 올려받은 반면, 자신이 사는 전세의 경우 5000만원만 올려줬다. 또 본인과 가족의 예금 신고액만 14억7300여만원인 그가 굳이 보증금을 인상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친 청와대 안에서 투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8년 7월 본인 전세금 등 재산 14억원에 은행 대출 10억원을 더해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 내 상가를 샀다. ‘청와대 관사 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실거주 목적 1채를 제외한 모든 부동산 처분을 지시했으나 자신은 서울 강남 아파트를 지키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판 사실이 드러났다. 비난이 쏟아지자 노 전 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도 매각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했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팔기로 했지만,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놔 ‘매각 시늉’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정책 실패와 이중적 태도도 민심에 불을 질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19년 12월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청사진을 그린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보유한 경기 과천시 주공아파트가 2017년 1월 9억원에서 2019년 11월 19억 4000만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8년 9월 라디오 방송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 살았고, 경실련 조사에서 아파트 시세는 2017년 1월 17억9000만원에서 2019년 11월 28억5000만원으로 폭등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부동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 사장 재임 당시 LH 직원들 투기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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