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라더니 7년 임대 정황… 초호화 아니지만 서민형도 아냐

입력 2021-03-30 04:02
박영선 후보 남편 이씨가 보유했다 처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쿄 소재 아파트 전경. 리얼에스테이트 도쿄닷컴 캡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남편 명의의 ‘도쿄 아파트’가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의 핵심 공격 포인트로 떠올랐다. 당초 설명과 달리 아파트가 처분된 게 아니라 ‘처분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실거주용이라던 매입 목적도 최대 7년간 임대한 정황이 드러난 탓이다.

야당은 매매계약서를 비롯해 실거주 기간을 제외한 임대 관련내역을 자세히 밝히라는 입장이지만 박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위법성 여부 등 후보자 자질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므로 야당 요구에 따라 의미 없는 수치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 아파트는 박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등록과정에서 쟁점으로 불거졌다. 야당은 아파트가 위치한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지역은 최고 부촌으로, 실제 가격이 신고가격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은 “배우자가 실거주용으로 매입한 20평대 소형 아파트”라고 재반박했고, 야당은 일본 현지 기준에 따르면 소형이 아닌 고급아파트라며 “박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하기 위해 남편 이원조씨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쿄 도심 한복판인 미나토구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현지 기준으로 보면 일반 서민들이 사는 소형 아파트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도쿄 현지에서는 전용면적 70㎡를 넘는 아파트라면 작은 아파트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한다. 일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박 후보측 아파트 내 전용면적 69.5㎡ 크기의 주택 실거래가격이 1억3500억엔(약 14억원)으로 나와 있다. 전용면적 71㎡인 박 후보 측 주택과 비슷한 크기다.

다만 야당 주장대로 ‘초호화 아파트’라고 확언할 수 있는 근거도 부족하다. 일본에서 장기간 근무한 한 직장인은 “박 후보 측 아파트가 있는 곳은 인근에 방송국과 대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는,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 같은 지역이라 땅값이 높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이 ‘실거주용’으로 매입했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도쿄 아파트에서 임대수익을 올렸다는 사실도 재부각됐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 후보의 남편은 2009년 6월 해당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지난해 2월에야 이 아파트로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아파트 임대 기간은 2013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7년으로 돼 있다. 최대 7년간 임대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현지 시세를 보면 박 후보가 이 아파트를 임대했을 경우 월 수백만원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같은 아파트에서 비슷한 크기의 주택이 월 39만엔(약 403만원)에 임대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현재 논란이 된 아파트 같은 동의 69.5㎡ 크기 주택이 월 40만엔(약 413만원)에 임대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임대소득 관련 사안은 2019년 박 후보의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제기됐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박 후보 측은 현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이 공개되자 배우자가 계속 거주한 게 아니라 임대를 줬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임대 기간이나 투자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소명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쿄 아파트는 2월 처분했다”며 “(아파트가) 재산신고에 들어 있는 것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재산신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 날 공개된 등기부등본상 논란의 아파트 소유자는 여전히 박 후보 남편으로 드러나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박 후보 측은 뒤늦게 “아파트 판매 계약금은 받았지만 아직 잔금이 치러지지 않아 등기부등본상 명의가 바뀌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이 이달 말이라고 밝혔다가 올해 6월 18일로 정정하는 등 잇따른 말 바꾸기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 캠프의 김한규 대변인은 “지금 계약해지를 하면 매입자가 계약금을 모두 날리게 되는 만큼 당연히 잔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본다”며 “계약이 확정적이라고 봐서 매매했다는 표현을 썼다. 허위 거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처분이 진행 중인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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