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아시안컵 우승 주역… 축구 원로 박경호 선생 별세

입력 2021-03-29 21:13

제 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축구 대표팀 멤버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축구 원로 박경호(사진) 선생이 29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30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46년 월남한 뒤 서울 경신중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에 입문했다. 육군특무부대 소속이던 56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고인은 같은 해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한국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돼 빈곤했던 한국 대표팀은 마땅한 비행편을 잡지 못해 경기 장소인 홍콩에 첫 경기 당일 새벽 도착했지만 개최국 홍콩과 비기고 이스라엘, 베트남에 연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고인의 동생인 박경화(82) 선생은 60년 제 2회 아시안컵 우승에 기여한 축구 원로다.

69년부터 모교 경희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한양공고, 건국대, 육군사관학교 등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다. 72년부터는 KBS 축구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아 친근한 해설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를 지내며 축구 관련 저술 활동에도 힘썼다.

고인의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31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국립괴산호국원.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