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설 ‘퀸 인비’, 다른 전설 넘본다

입력 2021-03-30 04:05
박인비(왼쪽)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1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 마지막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박인비는 1라운드부터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로 투어 통산 2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을 우승한 박인비(33)가 이루지 못한 기록은 몇 개 남지 않았다. 한국 골프의 전설인 박세리의 LPGA 투어 통산 25승을 포함해 가시권에 든 다른 기록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가 골프 팬들의 관심사다.

박인비는 2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 우승컵을 들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자신의 LPGA 투어 통산 21승째를 거두며 박세리의 25승 기록에 단 4승을 남겨놨다.

박인비는 경기 뒤 박세리의 기록에 다가선 것에 대해 “누군가의 기록을 이기려는 이유로 골프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LPGA 투어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해줬다. 그 발자취를 따르는 것은 늘 굉장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박인비는 LPGA 역사에 족적을 남긴 선수다. 2013년 박인비가 이뤄낸 한 시즌 LPGA 투어 3개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은 1950년 미국의 전설적 골퍼 베이브 자하리아스(1911~1956) 말고는 달성한 이가 없다. 2015년에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단일 메이저대회 3연패라는 대기록을 역대 3번째로 달성했다.

박인비가 이뤄낸 통산 21승은 LPGA 투어 역대 25번째로 많은 다승 기록이다. 박세리가 이룬 25승은 역대 23번째로 한국인 골퍼 중 1위다.

우승한 28일 기준으로 1988년 7월 12일생인 박인비는 이날 만 32세 8개월 16일을 맞았다. 이는 지난해 2월 9일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박희영(34)이 우승하면서 한국인 LPGA 투어 최고령 우승기록을 세웠을 때와 같은 나이다.

박인비는 “대회 전에 아버지께서 내가 이번주(KIA 클래식)와 다음주(ANA 인스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꾸셨다고 얘기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꿈의 절반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KIA 클래식에서 번번이 여러 차례 기회를 잡고도 우승하지 못해 이번에는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남겨놓은 또다른 기록 중 하나는 ‘슈퍼 그랜드슬램’이다. 이는 현역 동안 5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각각 따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과거 박세리와 경쟁한 호주 역대 최고의 여자프로골퍼 캐리 웹 말고는 달성한 이가 없다. 현재까지 4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수집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우승 못한 메이저대회로 에비앙 챔피언십만을 남겨놨다.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은 7월에 열린다.

박인비는 자신의 가장 큰 동력은 도쿄올림픽 출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올림픽이 없다면 내가 여기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서 “확실히 좋은 동기”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출전권은 6월 말 기준 세계순위 15위 안에 한 국가 선수가 2명 이상 있을 시 해당 국가에 순위 순으로 4장 주어진다. 박인비는 세계 1위 고진영, 2위 김세영에 이어 4위다.

이번 대회는 박인비가 올 시즌 참여한 첫 LPGA 투어 대회였다. 앞서 한국에서 2개월 넘게 시간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공을 치는 것이나 퍼팅, 치핑 모두 약간씩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복귀 첫 주라 완벽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