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 남동생이 차에 치였던 A씨 가족은 아직 사고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생은 여전히 차에 치이는 꿈을 꾸고 한밤중에 울면서 깬다”며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가족들도 웃음을 잃은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A씨의 동생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의 피해자다. 올해 10살이 된 동생은 지난해 5월 경북 경주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해자는 SUV 차량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A씨의 동생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겪은 피해자 가족은 고통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천에서는 10살 초등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567건이 발생했고, 6명이 사망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사고 건수는 478건, 사망자는 3명으로 줄었지만 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법 시행 전인 2018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435건, 사망자는 3명이었다.
정부는 민식이법 시행 1년을 맞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후속 대책을 내놨다.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량의 일시정지 의무화, 보행자 통행 우선권 확보, 교통단속 장비 및 신호기 보강, 불법 주정차 차량 범칙금 및 과태료 상향 추진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나 단속 장비 보강에만 무게를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차량이 아예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를 정비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행정학과 교수는 덕수궁 돌담길의 모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는 과속방지턱으로 만들고 도로 포장재를 울퉁불퉁한 것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차량이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지웅 안명진 임송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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