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위급한 생명 살리자” 움직이는 병원을 보내다

입력 2021-03-31 03:08
애터미와 전주예수병원, 국제의료협력단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충남 공주 애터미파크에서 열린 ‘캄보디아 이동진료버스 기증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지난 24일 오후 충남 공주 사옥 애터미파크에서 열린 ‘캄보디아 이동진료 버스 기증식’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캄보디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도와 도움이 절실하다는 말을 하면서다.

“캄보디아 거리의 아이들이 눈에 선해요.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함께해주십시오.”

박 회장의 말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캄보디아를 돕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출장 차 묵고 있던 호텔 뒤쪽에 있던 무료 아동 병원에 매일 수백명의 부모들이 아픈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 함께해주신다면 어렵고 힘든 이웃들이 부담 없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캄보디아 이동진료버스 운영비 50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회장, 윤용순 국제의료협력단 사무총장, 김철승 전주예수병원장.

이날 기증식에는 박 회장과 김철승 전주예수병원 원장, 윤용순 국제의료협력단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캄보디아의 이동진료팀은 순회 검진을 통해 지역별, 질환별, 유형별 질병 데이터 작성과 함께 질병 예방과 교육, 진단을 할 계획이다. 또 자궁경부암을 검진하고 캄보디아의 강한 자외선으로 많이 발생하는 백내장을 비롯해 각종 안질환을 검진한다.

박 회장은 캄보디아 보건소와 협력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자궁경부암 검진 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번에 출고한 버스가 도착하면 체계적인 종합검진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동진료팀은 안과 검진 버스 1대, 종합검진 버스 1대, 의료진 승합차 1대, 의사와 간호사 등 20여명으로 구성된다. 전주예수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파견될 예정이다.

주요 장비로 이동식 엑스레이(X-ray), 초음파 검진 장비와 원심분리기, 자동옥습기 등이 있다. 이날 기증된 이동진료버스는 다음 달 캄보디아에 도착해 본격적인 이동 진료를 하게 될 예정이다.

김철승 전주예수병원 원장은 “기증된 이동진료버스는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질 것”이라며 “123년 전 전주예수병원 설립 당시 뿌려졌던 씨앗이 이번 이동진료버스 기증을 통해 다시금 캄보디아 땅에 뿌려지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애터미의 캄보디아에 대한 애정은 2016년 캄보디아 시장 진출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캄보디아를 인도차이나 반도의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 생각”이라며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이익은 모두 캄보디아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박 회장의 생각은 캄보디아의 어려운 의료 현실을 목격한 후 이 지역 의료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터미는 전주예수병원과 함께 캄보디아에 종합병원과 종합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이동진료 시스템을 가동한 뒤 예방 의료 분야부터 전문 의료 분야까지 포괄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현지에 의사 4명과 간호사 8명, 방사선사, 임상병리기사, 안경사 등 20여명이 협력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재활 병리과 등을 갖춘 30개 병상의 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후 병상과 진료 과목을 늘리고 300개 병상을 갖춘 대학 병원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박 회장은 “이동진료버스는 의료 기반이 부족한 캄보디아 주민에게 의료 혜택을 나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캄보디아의 의료시스템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10년간 매년 5억원씩, 총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협약(MOU)을 체결했다. 설립을 구상 중인 종합대에는 의과대를 포함해 신학대, 교육대, 경영대, 법과대 등 5개 단과 대학이 들어설 계획이다. 캄보디아는 물론 인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 이런 학교를 계속 설립하는 게 박 회장의 꿈이자 소망이다.

앞서 애터미는 국제아동단체 플랜코리아에 1억5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으로 캄보디아 씨엠립과 캄퐁참 지역에 우물 15개와 태양광 정수시설을 완공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병행, 삶의 질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주=글 유영대 기자,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