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사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금을 14.1% 인상하는 전세 재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에 맞춰 재계약을 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정책 사령탑인 김 실장이 상한제 도입 직전에 이 같은 계약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자관보 등에 따르면 김 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를 지난해 7월 29일 현 세입자와 계약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14.1%) 올린 9억7000만원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김 실장은 이 집은 전세를 주고 현재 서울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145.16㎡)에 전세로 살고 있다.
문제는 계약 시점이다. 김 실장이 계약을 갱신한 지난해 7월 29일이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틀 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3법을 처리했다. 이 법은 7월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됐다. 결국 5%로 인상 폭을 제한한 전·월세 상한제를 피하려고 부랴부랴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 실장은 연합뉴스에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을 2019년 12월과 2020년 8월, 8개월 사이에 집주인의 요구로 2억원 넘게 올려줘야 했다”며 “자금 마련을 위해 청담동 아파트 세입자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차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올려 계약을 갱신한 데 대해선 “양쪽 집 모두 8월 말까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희와 금호동 아파트 집주인, 청담동 아파트 세입자 등 3자가 한 달 전에 합의가 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실장이 소유한 청담동 아파트가 시세보다 낮아 상호 합의 아래 재계약을 했고, 재계약한 액수도 시세보다 낮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김 실장은 9억 7000만원에 청담동 아파트를 재계약 했는데, 비슷한 시기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 전세는 12억5000만원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하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한 전·월세 상한제가 전셋값 폭등이나 전세 대란 등 역효과를 낳았는데, 김 실장 사례가 정책 실패의 단면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