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공직자까지 모두 재산 등록, 실효성 있을까

입력 2021-03-29 04:02
연합뉴스

당정청이 28일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 의무화를 결정한 것은 4·7 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정책 관련 업무와 관계없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최근 LH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적폐청산이라는 촛불로 출발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질책이며, 당정은 국민 분노에 답해야 한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 추적, 비리 엄벌, 부당 이득 환수 등을 강조했다. 이어 “공직자 부패 방지 차원에서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현실화될 경우 동원해야 할 행정력이 막대하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LH 사태로 연일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민심 이반이 가팔라지자 결국 초강수를 두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행법상 전체 공직자 중 재산 등록 대상자는 약 23만명이다. 부처별로 4급 이상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임원 등이 재산을 등록한다. 당정청의 결정대로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면, 최대 160만명으로 기존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 최대 640만명까지 또 늘어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부동산 업무와 관련된 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한 뒤 투기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대상자를 확대할 경우 오히려 이를 등록·관리하는 데 행정력만 낭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누이 지적됐던 것처럼 은밀한 내부 정부 유통이나 차명 거래를 통한 투기는 재산 신고를 통해 막기 어렵다.

현재 인사혁신처에서 공직자 재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재산 등록대상이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경우 현재 인사혁신처 인력만으로는 업무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무와 상관없는 공무원까지 재산 등록 대상에 넣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공직자 역시 법의 보호를 받는 국민인데,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등록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행위”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