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50대 표심’ 박영선·오세훈 운명 가른다

입력 2021-03-29 04:01

‘50대 표심’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40대와 60대가 각각 진보·보수 성향으로 갈리는데 반해 50대는 이념적 지향보다 정책·현안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에 표를 던져 왔던 2030세대가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해 돌아선 만큼 각 연령층 가운데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50대의 선거 당일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이번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7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0.5% 지지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4.8%)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50대 지지율에선 박 후보가 47.3% 지지를 받아 오 후보(47.2%)와 접전을 벌였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에서 오 후보가 61.9% 지지율로 박 후보(27.8%) 앞서고, 40대에서 박 후보가 45.0% 지지율로 오 후보(42.6%)를 소폭 앞서는 것과는 구별되는 모습이다.

50대에서의 0.1% 포인트 차이 접전은 박 후보가 50대에서부터 지지율 반등을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문화일보 의뢰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서울 거주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양자대결 조사 결과 오 후보가 50대에서 54.4% 지지율로 박 후보(39.2%)를 크게 따돌렸던 것과 비교해 차이가 좁혀졌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흐름은 보궐선거가 최근 여론조사 흐름과 달리 박빙 승부로 펼쳐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28일 “50대는 두 후보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박 후보로서는 판세 역전을 노린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연령대가 50대”라고 분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이슈로 촉발된 50대의 분노가 이슈의 조정·소멸 이후에도 이어질지가 선거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후보의 강한 지지세가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지 않은 20, 30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밖에도 정부·여당이 향후 1주일간 내놓을 부동산 대책, 코로나19 재난지원책 등이 50대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보궐선거 승패를 결정지을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대별 투표가 보궐선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재 우세한 여론조사 흐름이 선거 당일까지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선거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