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건강한 생태계 회복하면 떠났던 청년들 돌아올 것”

입력 2021-03-30 03:04
이종한 제주 아름다운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제주 중앙로 교회 앞에서 목회 본질과 목회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목사 뒤쪽 건물은 펜션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교회 예배당, 오른쪽 건물은 아이소마 대안학교다.

이종한 제주 아름다운교회 목사는 서울 출신이다. 23년 전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내려온 그에겐 독특한 이력 몇 가지가 있다.

이 목사는 “20세까지 천주교 성당에 다녔는데, 재수하면서 친척의 권유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했다”며 “1980년 첫 예배 때 조용기 목사님의 복음적 설교가 가슴에 와닿았고 그때부터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한 이 목사는 86년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기도하다가 소명을 받는다. 철학과 동기인 라준석(서울 사람살리는교회) 유진소(부산 호산나교회) 목사와 함께 87년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입시를 준비했다. 세 사람은 나란히 신대원에 입학했고 같은 해 졸업했다. 이 목사는 서울 노량진교회 전도사로 사역하다가 93년 온누리교회로 옮겼고 3년 뒤 목회 비서가 된다.

이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서점 카페 소극장이 있는 교회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시 온누리교회가 경배와 찬양, 문화목회의 선두에 있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목회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 목사님은 늘 꿈속에서 살던 분이었다. 새벽 2~3시면 교회에 나와 새벽기도를 하고 말씀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영혼 구원, 교회 본질에 가까운 교회가 있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벤치마킹하고 바로 실행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하 목사의 비서로 2년 넘게 일하니 전통목회와 문화목회의 절충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98년 6월 제주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교회 개척 후 150여명이 모였고 안정적 목회를 하다가 2005년 갑자기 7년간 사용하던 건물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믿음으로 2337㎡(707평) 부지를 매입하고 연면적 1335㎡(404평)의 건물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는 괸당 등 배타적 문화가 강하지만 최근 영적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이 목사는 “교회 개척 초기만 해도 복음화율이 4.5%로 원주민과 외지인이 각각 성도의 절반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나 2015년부터 제주 살기 열풍이 불면서 요즘은 성도의 70%가 육지 출신인데 20~40대 전문인이 많다. 지금은 제주 복음화율이 9%가량 된다”고 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제주를 품으려고 이곳에 내려왔지만, 제주에서 20년 이상 목회를 하고 보니 오히려 제주가 나를 품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교회설계도와 같은 교회론 및 목회철학만 분명하다면 어디에서도 목회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회는 리더십, 영성, 인품, 설교, 성도와 관계 등 모든 것이 융합된 종합예술”이라며 “환갑이 되고 보니 설교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전반적인 조화와 균형이 있는 목회자가 ‘롱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조언했다.

그는 목회의 핵심이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라고 단언했다. 이 목사는 “목회는 영혼을 어떻게 품고 사랑하며 기도하며 그들과 어떤 파트너십을 갖고 성장하느냐에 좌지우지된다”며 “성도들은 목회자가 자신을 존중하는지 아닌지 금방 안다. 영혼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자세가 없다면 목회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또 “사람은 변화시켜야 할 존재라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할 존재”라며 “변화는 말씀교육에 있지 않고 성령님에게 있다. 목회자가 먼저 성령충만해야 사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목사는 “어른들은 의리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만 젊은세대는 교회에 대한 불신감이 매우 크다”며 “지금은 팬데믹을 핑계로 교회를 떠나기가 훨씬 쉬워졌다. 온라인 교회에 접속해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다음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은 차고 넘친다. 왜 ‘철새’가 떠났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생태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회를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오려면 적정 온도와 깨끗한 물, 공기 등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책임감, 사회에 대한 책임과 배려, 다음세대에 대한 무한사랑으로 교회 생태계가 회복될 때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목사는 “팬데믹 시대 교회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뀐다. 교회는 주된 관심사를 ‘온·오프라인 모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교회의 본질적 사역·사명을 얼마나 잘 감당할 것인가’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름다운교회는 2017년부터 아이소마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며 멘토링 시스템으로 신앙 전수와 인성·영성 회복에 힘쓴다. 2012년부터 매달 북한구원을 위한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도 개최한다.

제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