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문제 삼아 자국 관료를 제재한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에 줄줄이 보복성 제재를 가했다. ‘신장 인권’을 고리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서방의 협공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미국과 캐나다 개인 3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게일 맨친 회장과 토니 퍼킨스 부회장, 캐나다 의회의 마이클 총 의원과 하원 국제인권소위원회다. 이들은 앞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에 입국할 수 없고 중국 개인 및 기관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영국 개인 9명과 단체 4곳, EU 관료 10명과 단체 4곳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로써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장 공안국 고위 관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재했던 나라들에 모두 반격을 가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국가주권과 안보, 개발이익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관련국들이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잘못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같은 제재 조치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일방적 제재에 맞선 대응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 주도의 반중 포위망인 쿼드(Quad)가 다음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동맹 외교에 맞서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공동으로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잉 중국 시난정법대 교수는 28일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쿼드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며 “신장 문제와 관련해 공동 제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 인권 침해 의혹의 중심에는 직업훈련소가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8월 발표한 백서에서 테러와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소가 설치됐고 훈련소에서 이들의 권익이 증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와 인권단체들은 이곳에서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 수용 및 강제 노동, 조직적 강간과 불법 낙태 같은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의 위구르족 정책을 ‘대량 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기도 했다.
신장 인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서방세계의 갈등은 신장에서 생산되는 면화로까지 번지고 있다. 강제노동 혐의를 받는 신장산 면화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H&M,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