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이상반응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을 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백신 휴가’를 부여하도록 했다. 별도의 의사 소견서 없이 당사자 신청 만으로도 가능케 했지만 권고 수준에 그쳤다. 예방접종의 수용도를 높이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에 접종 다음 날 하루 휴가를 적극적으로 부여할 계획”이라며 “이상반응이 지속되면 이틀까지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방식은 가급적 별도의 유급휴가나 병가 처리를 원칙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신청자의 의사 외에 별도의 의사 소견서 등 증빙자료는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진단서 등이 필요할 경우 의료기관에 사람이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로 백신을 맞은 1만8000명 중 32%가 불편감을 호소했다. 2.7%는 의료기관까지 찾았다. 또 무작위로 추출한 요양병원 20곳의 접종자 540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4%가 이상 반응으로 하루 정도의 연차를 사용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주로 접종 예정인 공공 부문부터 관련 지침을 만들어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주도해 민간 사업장과 관련 협회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의 협력으로 현재 계류 중인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제도적 보장 대신 원론적인 권고와 협조 요청 수준에 그친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라붙게 됐다.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을 뿐, 백신 휴가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사업장이나 사업주에 대한 유인책은 내놓지 않았다. 손 반장은 “필요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제로 휴가를 도입하면 오히려 직역 간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전체적인 예방접종 수용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접종 후에 충분히 쉬고, 그렇지 않으면 덜 쉬는 식으로 또 하나의 양극화가 생길 수 있다”며 “젊은 층 접종이 본격화되는 하반기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백신 1차 접종자는 전날보다 1056명 늘어 누적 79만3858명이 됐다. 이상반응 의심 신고 사례는 48건 늘어난 1만309건으로 집계됐다. 신규 신고 중 1건은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였고, 1건은 중증 의심 사례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열린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29일 발표한다. 검증 자문단 회의는 식약처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3중 자문 절차 중 첫 단계다. 얀센 백신은 국내 도입 예정인 제품 중 유일하게 1회 접종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600만명분을 구매 계약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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