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던 여야의 막말 공격이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여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된 것도 모자라 선거 유세 때마다 되풀이되는 막말 논란이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박영선 후보 지원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가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라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배우자 일가의 내곡동 땅 의혹에 ‘몰랐다’고 거듭 해명한 것을 두고 ‘쓰레기’라는 막말을 한 것이다. 윤 의원은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고도 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김 후보는 최근 당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제가 3기 암환자 신세인 부산을 살려내는 유능한 사람”이라며 “경험 있는 의사, 유능한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이 터져나왔다. 오세훈 후보는 2년 전 집회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 후보는 이 발언이 재차 논란이 되자 “제가 ‘무슨 중증 치매환자도 아니고’라고 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아마 갑작스럽게 흥분한 상태에서 그런 소릴 한 것 같다. 거기에 대해 주의를 줬다”며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후보들의 막말 파문으로 참패를 당했던 기억을 상기시킨 것이다.
하지만 오 후보는 다음 날에도 문 대통령을 향해 “주택가격이 오른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후보 측에 과한 표현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 난데없는 ‘국밥 논쟁’도 벌어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오 후보가 14년 시차를 두고 각각 국밥을 먹는 사진을 편집한 ‘카드뉴스’를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MB 아바타인가, HOXY(혹시)’라고 썼다. ‘국밥 사진’을 매개로 오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을 따라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도 문 대통령과 박영선 후보가 국밥을 먹는 사진을 함께 편집해 배포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밥집에서 국밥 먹는 게 MB 아바타의 성립요건이면 식탁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 노무현 아바타냐”고 반박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28일 “지금 온 나라가 난리인데 여야가 상대방을 비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대책을 토론하기보다는 국민생활과 무관한 소모적인 정치논쟁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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