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이수혁 주미대사의 애틀랜타 대응

입력 2021-03-29 04:02
이수혁 주미대사가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을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아 교민사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사는 지난 16일 사건 발생 이후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유가족들도 만나지도 않았다. 특히 희생자 중 1명의 장례식은 워싱턴 인근에서 열렸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곳곳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지만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대응의 부적절성이나 미흡함이 도를 넘었다.

주미대사관 측은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전적으로 사고 수습 책임을 맡았다”면서 “워싱턴 인근 장례식에는 워싱턴 총영사가 대신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이 대사가 왜 직접 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해 변명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라면 한인 여성 4명이 희생되고, 증오범죄가 그 원인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론 더머 이스라엘 대사가 현장에 머물며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게 좋은 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대사 행보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새 미국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조율 등의 업무에 바빴을 수 있고, 이번 사태를 미 내부 문제로 보고 깊은 간여를 자제했을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미흡한 처신이라는 지적은 피해 나가기 어렵다.

우려스러운 점은 워싱턴과 주미대사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게 원인이 됐을 경우다. 이 대사는 그간 한·미 관계와 관련한 발언으로 몇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6월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고, 6개월 뒤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두 차례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사는 교민들의 우려에 공감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며 워싱턴과의 접촉면을 늘릴 필요가 있다. 외교부도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면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