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20·고려대)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톱10에 진입했다. 그 결과 한국은 내년 2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본선 진출권을 최대 2장 확보했다.
차준환은 28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폐막한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72.90점, 예술점수 82.94점, 감점 1점을 종합해 154.84점을 받았다. 지난 25일 쇼트프로그램 점수 91.15점을 합산한 최종 점수는 245.99점. 차준환은 최종 순위 10위에 랭크되며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성적은 1991년 정성일의 14위다.
ISU는 시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배정한다. 한국의 남자 싱글처럼 한 국가에서 1명이 출전한 경우 1~2위에 3장, 3~10위에 2장, 10위권 밖에 최대 1장을 부여하는 식이다. 다만 2018년 6월 개정된 ISU 규정은 올림픽 본선 진출권 2~3장을 획득한 국가에서 2~3명의 선수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지 않은 경우 그 차이만큼 다른 대회에서 획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 차준환만 출전해 2장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한국은 나머지 1장을 다른 대회에서 확정해야 한다. 나머지 1장은 올림픽 추가 자격 대회인 네벨혼 트로피에서 다른 남자 선수의 활약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대회 여자 싱글에 출전한 이해인(16·세화여고)과 김예림(18·수리고)은 각각 10위, 11위에 올라 올림픽 본선 진출권 2장을 따낸 바 있어 한국은 남녀 싱글에서 최소 3장을 확보했다. ISU는 국가별 올림픽 출전권 배분을 4월 중에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올림픽 쿼터는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닌 국가별 쿼터인 만큼 차준환 이해인 김예림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선발전을 다시 치러야만 한다. 여자 싱글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지만 남자 싱글은 차준환이 독보적이라 베이징행 티켓은 이변이 없는 한 무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 차준환의 이번 성과 뒤에는 ‘진통제 투혼’이 숨어 있다. 차준환이 지난 2월 중순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이 겹치면서 진통제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은 첫 수행 과제를 쿼드러플(4회전) 플립 대신 트리플(3회전) 플립 점프로 바꾸며 안정적인 연기에 집중했다. 다만 쿼드러플 살코에서 회전수 부족과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넘어지는 등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차준환은 지난달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1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선발전에서도 부상 여파로 잇달아 점프 실수를 범하며 힘겹게 우승한 바 있다.
차준환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너무 오랜만에 열린 대회여서 쇼트프로그램부터 많이 긴장했다. 프리스케이팅 구성을 조금 변경했는데, 실수를 저질러 아쉬움이 많지만 톱10에 들어 다행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가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