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내 허가 심사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초고가 약은 또 있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노바티스)’다. 역시 평생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원샷 치료제’지만 약값이 미국 기준으로 1회 약 25억원, 일본에선 약 18억9000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의약품 중 가장 비싸다.
SMA는 운동신경을 관할하는 유전자(SMN1)의 결핍이나 돌연변이로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모든 근육이 약해지고 식사·움직임이 어려워지며 호흡에도 장애가 생긴다. 가장 심각한 1형 SMA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나중엔 보조 호흡장치에 의존하거나 사망하게 된다. 인지 및 사고 능력은 정상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은 더 크다.
졸겐스마는 결함있는 SMN1 유전자를 대체하는 성분을 몸에 넣어줘 정상 유전자 기능을 하도록 하는 치료제다.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후 일본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승인됐다. 국내에선 이르면 상반기 승인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허가받더라도 건강보험 급여화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제약사는 환자들의 시급성과 약값 부담을 고려해 국내외 환자 최대 100명에게 치료제를 무료 제공하는 ‘약제 접근성 관리프로그램(MAP)’을 운영하고 있다. 소수의 한국 어린이 환자도 혜택받고 있다. MAP에 참여한 박모 어린이가 졸겐스마 투약 6개월 후 운동 능력이 크게 개선된 모습이 최근 방송에 소개돼 주목받았다.
국내에는 2019년 기준으로 영아 1형 SMA 46명을 비롯해 400여명의 환자가 있다.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으려면 조속한 허가와 급여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20명 정도가 졸겐스마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 관계자는 29일 “1회 비용으로 보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단 한 번 투여로 평생 효과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