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 달 넘게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하루 5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면서 거리두기 단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벌써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음식 섭취 금지 시설을 늘리는 등 방역 기본 수칙을 강화했지만 사회적 피로감은 크다. ‘일상 회복’의 유일한 열쇠인 백신 수급도 2분기 들어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재 적용 중인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의 거리두기를 오는 29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 자정까지 2주간 연장한다고 26일 밝혔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연장된다. 이 수칙은 수도권에서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비수도권은 올해 1월 4일부터 계속됐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을 앞두고 모임 인원 제한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으나 최근 유행 상황을 반영해 유지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날만 494명 늘어나는 등 하루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분기 백신 수급은 난항을 겪고 있다. 2분기에 들어오기로 했던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등 상당수 백신 수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분기부터 연말까지 들어와야 할 세 종류 백신 물량을 합치면 4600만명분으로, 정부가 확보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물량(7900만명분)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 2분기에 도입되는 양이 얼마인지는 추정조차 못 하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2분기에 세 종류 백신이 제대로 공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없이 유지를 택한 정부는 기본 방역 수칙을 강화해 유행을 억제하기로 했다. 기본 방역수칙은 4개에서 7개로 늘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출입자명부 관리 등 기존 수칙에 음식 섭취 금지, 유증상자 출입 제한, 방역관리자 지정, 이용 가능 인원 게시 등이 추가됐다. 기본방역 수칙 의무적용 대상 시설도 24종 시설에서 33종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음식섭취 금지 시설도 실외체육시설 스포츠경기장 이미용업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으로 늘었다. 다만 이 시설에서도 ‘ㄷ자’ 칸막이가 있는 장소, 부대시설(식당·카페)에서는 취식 가능하다. 출입명부는 일행 중 1명만이 아닌 모든 출입자가 명부를 작성하도록 했다.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은 앞으로 수기가 아닌 전자출입명부만 사용해야 한다.
각종 방역수칙이 강화됐지만 복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마트의 경우 한 공간에 오래 머물면서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 아니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장소라 출입명부 작성 의무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형마트 내에 있는 푸드코트, 음식점에 출입할 땐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또 실외경기장에서 야구를 관람할 때는 치킨을 먹지 못하지만 도서관 내 카페에서는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같은 키즈카페 내에서도 놀이공간은 음식 섭취가 안 되고, 지정된 장소에서는 취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혼란은 거리두기 원칙을 세워야 하는 정부의 딜레마기도 하다. 집합금지를 최대한 피하고 시설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방역수칙을 세분화가 필요하지만, 그럴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기본 방역 수칙의 강화만으로 500명선을 위협하는 유행이 억제될지 미지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감염양상은 다양한 공간에서 기본 수칙을 안 지켜서 생기는 감염이 두드러지는 패턴”이라며 “그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지켜야 하는 방역수칙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