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유도탄 발사 확인… 美 “상응 대응”, 韓 “대화 필요”

입력 2021-03-27 04:03
북한이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북한조선중앙통신은 26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발사된 이 미사일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 대응’을 예고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시험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했다”며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나는 특정 형태의 외교를 펼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비핵화의 최종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공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대북 경고 대신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개량형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신형전술유도탄은 조선 동해상 600㎞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고 평양 주택단지를 시찰했다.

북·미의 움직임은 양국이 군사적 긴장 고조를 원하기보다는 탐색전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가 아닌 대북제재위 소집을 요구한 것도,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에 불참한 것도 ‘속도 조절’에 가깝다는 의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국이 전혀 반응이 없으니까 임계점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며 “탄도미사일은 안보리 제재 위반은 맞지만 단거리일 경우 추가 제재한 적도 없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용인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사는 존재감 과시, 대미 압박, 전술핵무기 개발이라는 세 가지 목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도 (안보리가 아닌) 대북제재위를 소집해 판은 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했던 원칙이 있는 외교를 위해 대북제재위를 소집한 것”이라며 “더불어 아직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고통이 심한 북한에겐 시간이 없다. 결국 미국과의 담판 협상이 필요하다”며 “대남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을 압박하러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이상헌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