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천안함 폭침 11주기이자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천안함 피격,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서해 수호 55용사를 추모하는 날이다. 어제 기념식은 2016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래 처음으로 천안함 선체와 제2연평해전 전적비, 참수리 357호정 등이 있는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렸다. 그동안에는 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됐었다. 굳건한 안보에 대한 의지를 되새기고, 말로 형언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 숨졌을 장병들을 기린다는 점에서 선체 등이 보관돼 있는 2함대에서 행사를 연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항시 도사리는 가운데에서도 용맹하게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해졌다. 어제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일제히 서해 수호 용사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다짐과는 다른 것 같다. 국민일보가 천안함 생존자 등을 인터뷰한 결과 유가족과 생존장병들은 아직도 ‘패잔병’이라는 비판과 각종 음모론에 시달리고 있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특히 생존장병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고 생활고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생존장병 취업 보장을 약속했지만 실제 지원을 받은 사람은 소수라고 한다. 국민들은 유가족이나 생존장병 모두 제대로 된 예우를 받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던 것이다. 정부가 속히 유가족과 생존장병들의 후유증과 생활 실태 등을 파악해 합당한 예우를 해줘야 마땅할 테다.
올해는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정세 때문에 서해수호의 날이 그 어떤 때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북한은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발사했다고 버젓이 공개했다. 사거리가 600㎞라고 주장했는데 제주도를 비롯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하면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가 다시 으르렁대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북측이 언제 어디서든 도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한시도 경계태세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설] 나라 위해 헌신한 장병 예우는 국가 책무
입력 2021-03-2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