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주택 생지옥 만들어놔”

입력 2021-03-26 04:05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7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25일 새벽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사업소에서 지하철 코로나19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강북을 누볐다. “주택 생지옥을 만들어 놨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강조한 그는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강북권과 40대를 동시 공략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바닥 다지기’를 조기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 후보는 25일 아침 서울 은평구 불광동을 시작으로 서대문구 중구 동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순으로 강북 지역을 ‘브이(V)’자로 그리는 유세를 펼쳤다. 서대문구 인왕시장 유세에서는 “세상에 이런 주택 생지옥을 만들어놓고도 대통령은 한 번도 무릎 꿇고 사죄한 적이 없다”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박원순 시즌2’라고도 비유했다.

중구 대한문 앞 유세에 나타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면 오세훈을 백 번, 천 번도 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도 “여러분과 약속한 단일화를 이뤘다”고 화답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가 지원연설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홀로 무대를 내려가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오 후보는 또 경동시장 유세에서 “박빙 상황이니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옹호 발언을 거론하며 “그 얘기 듣고 성폭력 피해자가 밤잠이 오겠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선대위 회의에선 경선 패배 후 3주 만에 돌아온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점퍼를 입은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빨간 점퍼가 잘 어울린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서울시 탈환’ 깃발 아래 범야권 경선 주자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오 후보가 이날 던진 화두는 서북권 개발이다. ‘여당세’가 강한 40대·강북권 지지층을 한번에 흡수할 수 있는 카드다. 40대는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세대다. 오 후보는 “지난 10년, 변화가 가장 뒤처진 서북권이 제일 마음 쓰였다”며 “재건축·재개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을 비롯해 교통부터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지역이 꾸준히 여당 강세 지역이었음에도 낙후한 점을 부각한 것이다. 2019년 용도지역 통계에서 일반주거지역 내 7층 이하 규제를 받는 구역의 비율은 마포구가 5.61%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두 번째, 은평구가 5.15%로 다섯 번째였다. 상업지역비율도 은평구(1.74%) 서대문구(1.60%) 등이 서울시 평균(4.23%)보다 낮았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