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받던 시절 잊고 선교 방향 고민할 때”

입력 2021-03-29 03:03
1986년 4월 개원한 한국선교훈련원(GMTC)은 그해 9월 ‘선교연구’ 1호를 발간했다. 지난달 84호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차례 이상 빠지지 않고 나왔다.

최근 GMTC는 선교연구 첫 머리에 실린 권두논단을 ‘한국 선교운동과 선교사:GMTC가 함께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과거를 통해 선교의 미래 방향을 고민해 보자는 게 출간의 이유였다.

변진석 GMTC 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최근 발간한 ‘한국 선교운동과 선교사: GMTC가 함께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변진석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GMTC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홈페이지에 올린 선교연구 권두논단의 조회수는 호당 3000~4000회 정도였다. 지난해 1호부터 최근호까지 조회수가 과거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며 “이유가 뭘까 고민했는데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선교는 1960~70년대 파송한 선교사들이 은퇴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세대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선교 환경 역시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코로나19가 왔습니다. 과거 한국 선교가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놓쳤던 부분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GMTC 권두논단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했고 대면 접촉을 금지했다. 변 원장은 현장에 있는 선교사들은 혼란에 빠졌고 한국의 선교단체와 교회, 선교사들은 선교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83호까지 권두논단의 주제는 다양하다. 선교신학의 변천, 선교적 교회론 등 신학적 학술적 고민부터 한국선교사 자녀교육, 평신도 선교 등 선교현장에서의 실제적 문제도 다뤘다. 한국선교의 위기관리나 언택트 시대의 선교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한 주제도 있었다.

과거 선교연구를 모아놓은 자료집. 신석현 인턴기자

이번 책에는 다양한 주제의 권두논단을 한국교회 선교에 대한 성찰, 한국 선교사의 삶과 사역, 한국 선교사 훈련과 리더십 등 세 가지로 분류해 시대별로 정리했다.

변 원장은 “권두논단을 정리하면서 한국의 선교 역사와 함께 잘한 부분, 아쉬운 부분을 봤다. 잘한 부분은 한국의 선교사는 중국에 교회를 세우고 중앙아시아에 교단을 세우는 등 복음화에 앞장섰다는 점”이라며 “반면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위기관리의 취약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2007년 단기선교를 떠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사건을 말한다.

변 원장은 이번 책이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하는 한국선교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한국의 선교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위기의 유럽교회 상황이 한국교회에도 올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과거 지나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 시절은 잊고 겸손하게 나서야 합니다. 시행착오가 없다면 성장할 수도 없습니다. 과거의 반성을 통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선교사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