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멀리, 멀리 보고 그래서 이제는 제발 철 좀 들라고 노안(老眼)은 오시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의젓하게 폼 잡으며 멀리 볼 겨를도 없이 발 아래 개미처럼 자꾸 오그라들어 겨우 코앞만 보고 낑낑거리며 어쩔 수 없이 또 하루를 건너가는데 이제는 코끝에 걸린 안경까지 벗어 버리고 아예 머리를 들이박고 코앞만 정신없이 들여다보며 몰두하는 본새란,
주영만 시집 '물토란이 자라는 동안' 중
근시는 가까운 것은 잘 봐도 먼 것은 선명하게 보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그 반대가 된다. 시인은 멀리 보라고, 철 좀 들라고 노안이 오지만 여전히 코앞만 보며 낑낑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코끝에 걸린 안경마저 벗어 버리고 바짝 다가서 시야를 더욱 좁힌다고 나무라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멀리보기는커녕 더욱더 눈앞에 집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도근시'라 이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