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간지주사 본격 추진… 투자·사업부문 쪼갠다

입력 2021-03-26 04:02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르면 4~5월 중으로 구체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사진)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반드시 지배구조 개편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반기까지도 아니고, 조만간 구체화 되는대로 별도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4~5월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박 CEO가 2018년 10월 공식화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방편이다. 현재 주가 등이 저평가 돼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자회사를 신규 편입하려면 지분 보유율이 기존 20%에서 30%로 높아진다. SK텔레콤이 올해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 하지 못하면 수조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주식을 10% 포인트 가량 더 사야한다. SK텔레콤은 현재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회사를 나누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부문이 중간지주회사가 되고 사업부문은 현재 SK텔레콤의 통신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 투자부문은 SK텔레콤 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단 회사 분할 방식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은 통신회사지만,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반도체, 미디어 등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아우르는 회사가 된다”면서 “이통사 매출 중심이냐 ICT 자회사가 많냐는 완전 다른 얘기”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에 반영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CEO도 이날 “현재 주가는 SK텔레콤과 자회사들의 시가총액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SK하이닉스가 향후 신규 투자 등 사업 확장에 나서려면 지배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업체를 인수합병(M&A) 할 때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새로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 100%를 사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SK㈜와 SK텔레콤 투자부문이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