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역효과… 전세 보증 1년 새 35조 급증

입력 2021-03-26 04:01

부동산금융에 쏠린 돈이 1년 새 20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3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셋값 상승으로 지난해 전세 관련 보증이 35조4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주요 배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 시행과 실거주 규제 강화 등 정부 정책의 역효과를 꼽았다.

한은은 25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한은은 “주택임대차 시장은 올해 들어 전월세 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전반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0.97% 상승률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월 0.71%에 이어 지난달 0.64%로 상승 폭이 축소된 상태다. 다만 2019년 -0.29~0.22%에 머물렀고, 지난해 11월 전 상승률도 최고 0.53%(9월)였던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주요 요인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 축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및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를 꼽았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전셋값 상승 기류는 전세 수요를 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해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을 밀어 올리는 자극제로도 작용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0.49%에서 지난달 1.17%로 꾸준히 올랐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1월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전셋값 상승 원인은 저금리 영향이 아니라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세수급 ‘미스매치’ 여파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전세 거래와 관련된 가계 여신도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전세 관련 보증은 35조4000억원 늘어 가계의 부동산금융 여신 증가액(89조2000억원)의 39.7%를 차지했다. 정책 모기지론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21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액(3조2000억원)의 7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지난해 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279조원을 기록해 전년(2067조원)보다 212조원(10.3%) 급증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여신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투입된 자금의 합계를 뜻한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118.4%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