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원들도 부동산 투기 의혹… 이해충돌 여지

입력 2021-03-26 04:01 수정 2021-03-26 04:01

서울 구의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벌인 정황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 되기도 전에 매입해 억대 차익을 챙기거나, 100채가 넘는 건물을 보유해가며 자산을 불렸다. 관내 토지를 소유한 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개 전 자치구 의원들의 재산 신고내역을 25일 공개했다. 지난해 1월 1일과 12월 31일 기준 의원들의 재산내역이 담겼다.

국민의힘 소속 노원구의회 변석주 의원은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일대 토지 수천㎡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의정부 신 공공주택지구인 고산지구에서 차로 10여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변 의원은 수천㎡의 토지 중 약 5600㎡를 지난해 팔았다. 이 중 2005년 12월 26일 약 5억원에 매입했던 대지 998㎡는 지난해 1월 29일 12억750만원에 처분했다.

변 의원이 대지를 사들인 2005년은 이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지역을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지정하기 직전이다. 변 의원은 “고산지구 개발 정보와 무관하게 지인이 추천해서 샀다”며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서 투기할만한 가치가 별로 없는 땅”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송파구의회 김득연 의원은 의정부시 가능동 일대 잡종지 1000㎡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은 이 땅을 2010년 12월 29일 10억2500만원에 사들였고, 현재 공시지가로만 12억원이 넘는다. 걸어서 10분 거리엔 2012년부터 미니신도시 ‘녹양역세권’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 역시 개발 발표 전에 땅을 매입했다. 땅을 매입한 2010년 12월은 의정부시가 녹양역세권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승인·고시하기도 전이다. 김 의원은 “택시회사를 인수하면서 오래 전부터 차고지로 쓰던 땅을 함께 매입한 것”이라며 “녹양역세권이 개발될지 몰랐다”고 했다.

다수 구의원들은 자신의 구내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구의원은 지역개발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유만으로도 이해충돌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영등포구의회 오현숙 의원과 배우자는 영등포구에 113채 건물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주택·상가 복합건물 98채, 다세대주택 17채, 오피스텔 4채, 아파트 3채, 단독주택 1채로 공시지가로만 265억원 상당이다. 1년 새 공시지가는 34억원이 뛰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비웃듯 되레 부동산을 늘린 의원도 있었다. 국민의힘 금천구의회 조윤형 의원 부부는 지난해 약 20억원을 들여 금천구 독산동 단독주택 5채를 추가 매입했다.

강남구의회 이호귀·최남일 의원은 관내 각각 28억6000만원·180억원 상당 토지를 각각 보유했다. 관악구의회 박영란 의원은 7억9000만원, 동작구의회 이지희 의원은 7억원 상당의 관내 토지를 갖고 있었다.

송파구의회 이영재·정명숙 의원, 강동구의회 김연후·방민수 의원, 양천구의회 이재식 의원, 성동구의회 박영희 의원은 관내 9~26채의 주택 또는 건물을 보유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