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후보들 공약 효과? 강남 아파트 신고가 속출

입력 2021-03-26 04:04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강남 고가 아파트에서는 이달 들어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주요 서울시장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언하면서 강남의 30~40년 된 재건축 아파트들이 조금씩 들썩이는 모양새다. 보유세 강화 등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 하면서 신고가 행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는 지난 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초 비슷한 면적이 51억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무려 12억원이 껑충 뛰었다. 압구정 미성2차 아파트 전용면적 74㎡도 지난 2월 23억8500만원보다 3700만원가량 오른 24억2200만원에 이달 초 계약을 마쳤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매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1차와 미성2차는 각각 1976년과 87년에 지은 아파트다. 83년에 지어진 대치동 쌍용2차아파트도 128㎡가 지난해 26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30억원을 찍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노후 아파트단지에 대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서는 오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강변 35층 층수 규제 등을 시장 직권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강변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기대감에 비해 실제 거래 열기가 뜨겁지만은 않다. 이달 초 119㎡ 신고가(26억8100만원)가 나온 잠실주공 5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가 숨 고르기 국면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최근 다주택 보유 부담이 높아지면서 다른 주택을 정리하고 한강변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자산가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하는 때도 있지만 전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로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주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3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2.4로, 3월 1주(96.2)와 2주(90.3)에 이어 3주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