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봉쇄령 하루 만에 철회… 메르켈 요즘 왜 이러나

입력 2021-03-26 04:07
신화연합뉴스

독일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가 부활절 연휴 5일간 발령하기로 했던 전국 봉쇄령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독일의 최장수 총리이자 서방사회의 가장 신뢰할 만한 리더십으로 꼽혔던 메르켈이 팬데믹 장기화와 연이은 정치적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결정한 ‘부활절 전면 봉쇄’ 방침을 36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날 뒤집었다. 메르켈 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생각이 짧았다. 전적으로 내 실수”라며 “지난 24시간 우왕좌왕으로 불안을 촉발해 깊이 유감스럽다. 모든 시민에게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2일 연방정부·16개 주총리 회의를 열어 유럽 최대의 명절인 부활절 주간(4월 1~5일)을 ‘일시 정지 기간’으로 명명하고 완전봉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식료품점까지 문을 닫고 모두가 집에 머물도록 하는 초강수 조치였다. 변이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 확산하며 3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선제 차단에 나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부활절 봉쇄령’을 빨리 발표하기 위해 23일 오전 2시30분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독일 국민과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독일 내 3개 야당 전체가 메르켈의 집권 연정이 여전히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 신임투표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서는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1년 전 메르켈 총리는 보건장관과 의료전문가들이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상세히 업데이트하도록 하는 등 정확한 의사소통과 과학에 기반한 팬데믹 관리로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독일 국내 여행은 금지하면서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카로 가는 것은 허용하거나 갑자기 심야 기자회견에서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등 모순적이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메르켈의 명성이 손상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달 초 친정인 기독민주당(CDU) 연방의원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 원내부대표가 방역 마스크 납품을 중개하고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마스크 스캔들’도 9월 총선을 앞둔 메르켈에겐 악재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독일의 백신 접종률 역시 메르켈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 정부·여당연합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60%에 육박했지만, 최근 28.5%까지 추락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