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동안동의 카페 ‘당’은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카페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이 카페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카페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주일이면 포장 손님이 늘었고 평일엔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김태윤 사장은 변화의 이유를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 쿠폰에서 발견했다. 손님들은 쿠폰 위에 자신의 이름 대신 ‘디딤돌교회’라고 적었다. 카페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회다.
디딤돌교회 담임이자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총회장인 박문수 목사는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온 오프라인으로 열린 주일예배에서 교회 성도들에게 부탁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골목상권을 교회가 도와야 한다”며 “식당과 편의점, 마트 등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식당이나 상가에 가면 ‘교회에서 왔다’는 말을 꼭 하자”고 첨언했다.
박 총회장 역시 교회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박 총회장은 25일 “‘교회에서 왔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교인들이 많이 오신 덕에 힘든 가운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종교가 없던 김 사장은 최근 디딤돌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데 깊은 감사를 느꼈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취약계층을 위해 한국교회가 힘써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총회장은 교단 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교단 차원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기침은 지난 4일부터 교단 차원에서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개교회 인근 상권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 ‘우리 동네는 우리 교회가’를 시작했다(포스터).
캠페인의 취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상권과 교류하고 섬김으로써 교회가 복음의 증거가 되자는 것이다. 기침은 교단 홈페이지에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 이미지를 올려 전국 교회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단 소속 목회자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박 총회장은 “거창한 이벤트보다 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실천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며 “교회는 지역사회를 떠날 수 없고 더불어 가야 한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듯 우리도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