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과 위협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나쁜 버릇’이 또 도졌다. 북측은 순항미사일을 쏜 지 불과 나흘 만인 2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에 나섰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미사일 2발을 쐈으며 약 450㎞를 날아갔다.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최종 확인된다면 지난해 3월 29일 이후 1년 만의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결의에 위배되지 않지만 탄도미사일은 저촉된다는 점에서 도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그 이틀 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 비난 담화를 내놓은 데 이어 이뤄졌다. 모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들인데, 사실상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만약 그렇다면 북측은 고립을 넘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과 달리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협상을 통한 외교적 프로세스로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인데, 일련의 위협과 도발은 그런 외교적 접근 자체를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위협으로 양보를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대화는 시도하겠지만, 북측의 잘못된 행동에는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다. 북측이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당장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테다. 이날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협상이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북측을 향한 주문일 것이다.
북측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이함 그 자체다. 일본은 첫 미사일을 쏜 지 3분 만인 오전 7시9분에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공지했고,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9시에 총리가 직접 대북 비판 입장을 냈다. 반면 우리 합참은 7시25분에 ‘미상 발사체 발사’ 소식을 전했고, 9시가 돼서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회의를 시작해 11시27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미사일 사거리를 감안하면 일본보다도 남측 공격용인데도 우리의 대응이 훨씬 더 느려터졌던 것이다. ‘오리발 귀순’ ‘순항미사일 외신 타전’에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늑장으로 대응하니 국민이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안이한 대북 대응태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설] 탄도미사일 쏜 北, 철 지난 ‘벼랑 끝 전술’ 버려야
입력 2021-03-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