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건설 20년인데 진안군민 절반 무혜택

입력 2021-03-26 04:03
진안군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용담댐 광장에서 '우리에게는 용담호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용담호 광역상수도 공급률 확대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진안군 제공.

2001년 전북 진안군 안천면에 용담댐이 완공된 뒤 전북권과 충청권 주민 150만명이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진안 군민의 절반 이상은 그동안 그 용담댐의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하루 135만t의 용담호 물이 전북·충청권에 전달되지만 진안지역엔 기껏 0.58t(0.4%)만 공급되고 있다.

진안군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군민 모두 용담댐의 물을 식수로 쓸 수 있도록 광역상수도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용담댐 건설 당시 군민들이 많은 희생을 했음에도 그 물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년 전 용담댐 완공 당시 36.24㎢ 면적이 물에 잠겨 진안의 68개 마을 1만 2616명이 고향을 떠났다. 더불어 전체 면적 789㎢ 중 112㎢(14%)가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개발에 제한을 받아 왔다.

2001년 진안군 안천면에 건설된 용담댐과 그 앞에 조성된 용담공원. 진안군 제공.

뒤늦게 2017년에야 광역상수도가 연결되면서 용담호 물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이마저도 전체 군민의 49%만 쓸 수 있는 규모다. 군민의 42%는 건립된 지 20년이 되는 지방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먹고, 9%는 지하수나 계곡물을 먹고 있다.

진안군과 시민단체들은 최근 용담댐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광역상수도 확대안을 환경부가 용역중인 2035 국가수도정비기본계획에 넣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주민 서명을 받아 환경부와 국회, 수자원공사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용담댐 건설과 담수과정에서 군민들은 많은 희생과 아픔을 치렀다”며 “군민들이 소외받는 일은 불합리하다. 진안군민에게도 광역상수도 공급량을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안 출신 이한기 전북도의원도 23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도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도꼭지만 틀면 꽐꽐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은 고향을 등지고 떠난 진안 수몰민의 아픔이고 용담호 수질을 1급수로 지키기 위한 진안군민의 고통이 담긴 눈물 방울”이라며 “이제라도 광역정수장을 신설하거나 금산정수장을 증설해 진안군 전역에 용담댐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안=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