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과 AZ 백신 흠잡아 뭘 노리겠다는 건가

입력 2021-03-26 04:04
SNS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맞았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접종할 때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거다. 당시 간호사가 백신 접종을 위해 주사기 바늘 캡을 벗겼는데 칸막이 뒤에 갔다 오더니 바늘에 캡이 씌워져 있었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문 대통령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AZ 백신을 접종했다. 방송 등을 통해 이를 지켜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보는 공개된 자리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전 국민을 속여야 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 접종 과정은 일반인과 조금 달랐다. 분주(주사액을 주사기 별로 옮기는 것) 후 바로 접종하는 게 일반적이나 문 대통령은 촬영 때문에 분주와 접종 시점의 시간 차가 생겼다. 이 시간 차에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막기 위해 캡을 다시 씌웠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학적 근거에 바탕한 방역당국의 설명에도 아랑곳없이 접종한 간호사와 보건소에 “양심선언 하라”는 등의 협박전화와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청맹과니나 하는 짓이다.

1·2차 백신 접종대상자의 절대 다수가 AZ 백신을 맞는다. 그런 만큼 AZ 백신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AZ 백신의 안전성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입증됐다. 미국에서의 3상 임상시험 결과 79% 예방효과가 확인됐고, 유럽의약품청도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며 AZ 백신의 접종을 권고했다. 이런 마당에 AZ 백신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주사기 바꿔치기’ 같은 가짜뉴스는 혼란을 가중시켜 치르지 않아도 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1차 때 93.8%에 달했던 백신 접종 동의율이 2차 때 76.9%로 급감한 것도 가짜뉴스 영향이 크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 무엇보다 정부가 목표로 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생긴다. 이런 류의 가짜뉴스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전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이상 서둘러 뿌리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