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만 말고 개선 좀”… 라이더도 할 말 있다

입력 2021-03-26 04:05

배달 오토바이를 포함한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지난해에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문화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원(라이더)들은 ‘낮은 배달 단가’ ‘부족한 이륜차 주차장’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법규를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5일 경찰청의 ‘2018~2020 이륜차 단속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륜차 단속 건수는 배 이상 늘었다. 연도별 단속 건수는 2018년 27만2333건, 2019년 31만1403건, 2020년 58만1907건으로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전년 대비 27만504건이 증가했다. 이는 2018년 한 해 단속 건수와 맞먹는 수치다.


단속 유형별로는 공익제보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시민들이 배달 오토바이의 ‘위법 주행’에 얼마나 민감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익신고로 경찰에 접수된 이륜차 위반 건수는 2018년 1만3994건, 2019년 1만9170건에서 2020년 12만4973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10만건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업계의 구조적 변화 없이 단순히 단속이나 처벌 강화만으로 라이더들의 무법 질주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30대 이모씨는 “배달업계 속도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최근에는 한 번에 한 건씩만 배달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했다”며 “동선이 길어지는 데다 피로도와 수수료 인하 등 여러 측면에서 라이더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한탄했다. 기존에는 동선을 고려해 한꺼번에 여러 건의 배달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한 번에 한 건씩만 배달하도록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스)’ 기사 124명 중 103명(82%)이 지난 1월 한 번에 한 건 배달이 가능한 ‘번쩍배달’ 도입 후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쿠팡 음식배달 앱인 ‘쿠팡이츠’는 최근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수수료를 기존 3100원에서 2500원으로 600원 인하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배달 라이더 박모(39)씨는 “이륜차 전용 주차장이 부족해 도로나 인도에 주차하는 순간 불법 주정차가 된다”며 “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력은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지웅 안명진 임송수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