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변화를 기대한다. 어떤 변화를 겪느냐에 따라 역사의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교회에 변화를 요구하며 기대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성과 과학이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때 교회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까. 어떻게 변화의 흐름을 긍정적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을까.
현시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소통과 교류의 변화다. 팬데믹은 사람 간 교류를 강제로 제한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소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침 신약성경 복음서는 예수님의 소통 방법을 잘 보여준다.
예수님은 세상을 섬기며 시대와 소통하셨다. 주님의 사역을 도식화하자면 크게 가르침, 선포, 치유라 할 수 있다.(마 4:23) 그 가운데 예수님의 치유, 즉 초자연적인 이적과 귀신 축출, 질병 치유는 당시에 매우 의미 있는 소통과 교류의 방법이었다.
그 시기 의료 수준에서 보자면 병 치료는 매우 절박한 문제였다. 예수의 치유는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복음을 전달하는 데 있어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소통 수단을 선택하신 것이다.
교회가 변화를 소홀히 하면 복음과 성서의 메시지가 화석화될 수 있다. 사실 신약성서는 시대와 계층을 넘으려는 변화된 소통의 결과물이다. 당시 다문화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적 구조와 사상, 표현기법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 구체적인 예가 ‘양자됨’이란 단어다. 특히 로마서에서 이 단어는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를 가리키며 구원의 복음을 전한다.(롬 8:15) 바울의 시대에 이 단어는 굉장한 긍정과 기쁨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노예제가 고착된 당시 사회에서 노예의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이 ‘양자됨’이었다. 영화 ‘벤허’를 보면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예루살렘의 유력 인사였던 유다 벤허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다. 전쟁 중 로마 장군 아리우스를 구하면서 벤허는 그의 양자가 됐다. 그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유대에 돌아온다. 그래서 양자가 된다는 것은 좋은 소식, 즉 복음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위를 얻는 ‘양자됨’은 당시 상황에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최적의 용어였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면 죄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변신한다는 메시지를 ‘양자됨’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한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도 이 용어 ‘양자됨’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양자라는 단어가 아픔인 정황을 만나면 다소 어색할 수 있다. 비록 한정적 고유성을 지니고 있지만, 신약성서의 세계에서 차용한 그 소통의 변화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변신’이라는 단어도 있다. 이 단어가 우리 사회 어른에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일제 36년, 6·25전쟁, 민주화 과정을 겪으며, 정체성과 이념의 혼돈 속에서 살던 어른에게 이 단어는 다소 부정적이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변신은 긍정적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다름 아닌 변신 로봇이다. 로봇은 많이 변신할수록 더 많은 능력을 보유한다. 변신하지 못하는 로봇은 무능해서 아이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값도 저렴하다. 어린이에게 변신은 마치 새로운 차원의 신분과 능력을 얻는 듯한 긍정의 개념이다.
이 시대 어린이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은, 성령을 받는 것은 ‘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물론 주일학교 부장 선생님부터 난감해 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소통과 교류의 변화는 도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시대에는 문자 언어가 그림 언어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처럼 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지구상의 언어는 대략 7000개라고 한다.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탑의 벽돌 수만큼 많고 다양하다.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는 오히려 시공간적으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었다. 지구촌이 서로 밀접히 소통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림 언어인 멀티미디어와 영상 문화가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자 언어보다는 그림 언어가 더 강력한 소통의 힘을 갖는다. 묵시문학의 영향 아래 그림 언어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한 요한계시록을 보라. 다른 어떤 성경책보다 더 생동감 넘치게 영상처럼 보여준다.
미래의 교회 형태, 신앙생활 방법, 설교, 복음 전파는 영상을 기반으로 한 그림 언어를 통해 큰 변혁을 겪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한국침례신학대도 목회자가 될 신학과 학생에게 ‘멀티미디어와 영상’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토록 했다.
이 시대에는 소통과 교류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교회는 선도적으로 새로운 소통 수단을 활용해 교회의 모본인 신약교회를 재현해야 한다. 그것이 주님의 명령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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