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중형 SUV 체로키(사진)가 브랜드 80주년을 맞이해 한층 더 고급스러운 외관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이달 초 지프 80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로 출시된 체로키는 터프하고 탄탄한 차체에 차별화된 디자인 포인트를 더해 투박하다는 이미지를 벗었다.
지난 20일 지프 체로키의 80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을 시승했다. 이 모델은 디자인 전반에 희소성을 강조했다. 18인치 그라나이트 크리스탈 알루미늄 휠, 양극 처리된 메탈 인테리어 액센트, 기념 배지 등을 적용했고, 다이아몬드 블랙 외관 색상 덕분에 묵직한 멋이 더해졌다. 전면부 그릴은 직사각형 슬롯 7개가 나란히 배열된 체로키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했다. 다만 다크 크롬 장식 등이 추가돼 외관 색상과 하나로 일치하는 것 같은 통일성이 느껴졌다. 그간 미국차들은 실내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80주년 기념 태그 가죽 시트와 플로어 매트 등으로 섬세한 디자인 감각도 강조했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출발해 충남 보령군 일대까지 국도와 고속도로가 혼재된 다양한 구간에서 차를 몰았다. 터프한 외관과는 달리 정차 시 소음은 적은 편이었다. 2.4ℓ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는데, 초반 가속력과 순간적인 힘은 몸이 앞으로 살짝 튕겨져 나갈 정도로 강했다. 공차중량이 2t에 달할 정도로 무거운 편에 속하는 차량이지만 버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고속 주행에선 큰 흔들림 없는 안정성이 돋보였다. 다만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가속 시 엔진음은 큰 편이었다.
체로키는 온·오프로드 기능을 모두 강조하는 지프의 매력과 지향가치를 느껴볼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두껍고 무거운 문이나 탄탄한 뼈대 등을 보면 험로에 가도 차가 망가지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 도로환경에 따라 설정할 수 있는 주행모드도 다양했다. 진흙 모래 눈길 스포츠 자동 등 주행모드를 지원하는데, 모드에 따라 각기 다른 동력 분배를 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차선이탈방지와 어댑티드크루즈 컨트롤, 추돌경보,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 안전·편의 기능도 탑재됐다. 다만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이 없는 건 아쉬웠다. 공인 연비는 9.5㎞/ℓ인데, 시승 후 11.5㎞/ℓ로 측정돼 기대 이상이었다.
글·사진=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