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탓에 매출이 60% 이상 줄었는데 중국산 김치 논란 때문에 또 반토막 났어요. ‘당분간 힘들겠구나’ 싶어요”
중국에서 배추를 비위생적으로 절이는 장면이 담긴 ‘알몸 배추’ 영상 후폭풍이 거세다. 영상 속 야외에 구덩이를 판 뒤 대충 덮은 비닐 위에서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충격을 줬다. 붉게 녹슨 굴삭기가 구덩이를 헤집고 배추를 건졌다. 구덩이 한 가운데에는 옷을 벗은 남성이 일 하고 있었다. 파장은 컸다. 중국산 김치를 꺼리는 분위기가 번졌다.
“하…” 서울 중랑구에서 김치찜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중국산 김치 논란 여파를 묻자 깊은 한숨부터 쉬었다. A씨는 “국산 김치 단가는 중국산 김치의 3배 이상”이라면서 “국산으로 바꾸면 음식 가격도 같이 뛴다. 이 시국에 가격을 내렸으면 내렸지 올릴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A씨는 “중국산 김치도 깨끗하게 생산하는 곳이 많다. 극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 달라. 힘들다”고 덧붙였다.
강북구에 있는 다른 김치 요리 전문점 관계자 역시 “배달이 뚝 끊겼다”고 했다. 그는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손님이 가장 많다. 지난주부터인가 주문이 들어오질 않더라. 영문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에서 중국산 김치 논란이 나오는 걸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5243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김치 99%는 중국산이다. 김치 요리를 파는 식당 뿐 아니라 반찬으로 김치를 내는 곳까지 포함하면 알몸 배추 영상이 미치는 영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성토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 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는 손님이 늘었다는 원성이 높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영업주는 “수원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한다. 손님이 뜸하다. 종일 배달이 5건에 그쳤다”면서 “몇 안 되는 손님도 원산지를 묻고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업주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째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산 땀 범벅된 김치가 장사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서 “온라인에서 ‘식당 김치 99% 중국산이다’, ‘외식하지 말자’는 여론이 번지는 중이다. 너무 힘들다”고 울상 지었다.
중국산 김치 납품업체 역시 타격을 입었다.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김치를 수입하는 B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를 찾는 업소가 30% 정도 줄었다”면서 “코로나19로 전처럼 현지 공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못 먹을 음식을 들여오지 않는다. 수입 통관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검사를 거쳤다.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음식점 영업주와 납품업체는 자구책을 찾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서와 내부 시설 사진을 공개해 소비자 불안감 불식에 나섰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인증서 사본과 사진을 요구하는 음식점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일부는 사진도 못 믿겠다며 영상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치를 반찬으로 내놓던 업소들은 대체재를 고민하고 있다. 조언을 구하는 한 영업주가 남긴 글에는 무생채, 오이무침을 추천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도 나섰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알몸 배추 영상에 나오는 배추는 김치용이 아니다”라며 “배추를 소금물에서 발효시킨 중국 동북 지방의 음식 ‘수안차이(酸菜)’”라고 해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알몸 배추 영상은 한국에서 소비되는 김치와 연관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는 소비자 단체 등과 함께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 및 원재료(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를 중심으로 유통 단계별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지 생산부터 통관, 국내 유통까지 전 단계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용 쿠키뉴스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