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 물가·성장률 전망치 웃돌 것… 통화정책 조정은 안 해”

입력 2021-03-25 04:04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수입물가지수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까지 동반 오름세를 보이면서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23일 기자단과의 주요 현안 문답을 통해 “올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하반기에도 1%대 중후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전체로는 지난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수준(2%)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전망했다가, 지난달 1.3%로 올려 잡았다. 이 전망치마저 다시 상향 조정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3대 물가지표는 우상향 에스컬레이터를 탄 모양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105.85로 1월보다 0.8% 상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농림수산품 물가가 3.0% 올랐다. 주요 품목을 보면 풋고추가 한 달 새 127.3% 올랐고, 파(+42.4%), 배추(+52.6%), 달걀(+22.5%), 우럭(+19.5%) 등도 큰 폭 상승했다. 집에서 직접 재배해 먹는 게 낫다는 의미의 ‘파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파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41.8%나 뛰었다.

공산품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석탄·석유제품(+7.2%), 화학제품(+1.4%) 등을 중심으로 전달보다 1.1% 상승했다.

앞서 지난 16일 발표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도 105.53을 기록해 1월보다 3.8% 상승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107.00)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높아졌다.

이 총재도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거세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도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기존 전망치(3.0%)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배경으로는 미국 등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을 꼽았다. 우리 경제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전망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아직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경제 성장과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경우 그간 시행해온 이례적인 완화 조치를 어떻게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갈지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