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중한 때 北 미사일 도발, 외신 통해 알아야 한다니

입력 2021-03-25 04:06
북한이 지난 21일 단거리 순항 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한 게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미국 매체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해 알려졌다. 한·미는 발사 상황을 파악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보자산 노출 우려 등으로 모든 발사를 다 공개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 간 합의로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같은 순항 미사일이어도 북한이 지난해 4월 동해상으로 쐈을 땐 즉각 상세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그땐 공개하고 이번에는 숨기니 국민들로선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또 정보자산 노출 우려에서든, 한·미 간 합의에 따른 것이든 간에 양측이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면 끝까지 지켜져야지 외신에는 왜 알려졌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미 당국을 통해 정보가 샌 것이라면 엄중히 항의해야 마땅하다. 일각에선 정세관리 차원에서 한·미가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모른 척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는데, 행여라도 그랬다면 북한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선 것일 테다.

순항 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별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번 도발은 단순히 제원만 따질 일은 아니다. 저강도 도발이긴 하나 거의 1년 만에 미사일을 쏜 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도발이고, 대북정책 검토 마무리 단계에서 발사한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이런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한테 이번 발사에 대해 신속하게 사실을 공개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괜히 숨기다 외신을 통해 드러나니 국민의 안보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현 한반도 정세에 비춰보면 향후 북측의 도발은 한층 더 잦아질 개연성이 높다. 차제에 북측의 도발이나 대북정보와 관련한 대국민 공보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