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저수지 산불 진화 시스템 구축

입력 2021-03-25 19:44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저수지 중 하나인 전남 장성군 장성호 전경. 유사 시에는 산불 진화용 수원지로 변신한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든 저수지가 산불 진화의 첨병으로 진화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산불 발생 시 가장 가까운 저수지가 수원지로 변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원활한 시스템 운영을 위해 수량이 부족한 저수지의 저수율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했다. 덕분에 농업용수 공급 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수지를 산불 진화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산불 진화 시 수원지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발생 산불은 연평균 440건에 달한다. 피해 면적만 해도 여의도 면적의 3배 규모다. 피해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해왔지만 산불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난제와 부딪혔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수원지를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야 하는데 산불 진화 주무 부처인 산림청만으로는 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저수지로 해결해보자는 뜻이 맞닿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산림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3411곳의 저수지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5월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에 위치한 도원저수지의 물로 진화 작업을 펼쳐 85㏊ 규모의 피해를 입히는 데 그쳤다. 2019년 4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1227㏊의 피해를 입혔다는 점과 비교하면 손실을 93% 정도 줄인 셈이다.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산불 발생에 대비해 관리 중인 저수지의 저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전국 저수율은 86%로 평년(71%)보다 15% 포인트나 상승했다. 덕분에 저수지 물 부족 현상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5일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적극 행정을 펼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