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차는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쌍용차 주권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공시했다.
쌍용차는 2017년 이후 누적된 적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4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2819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자본 잠식률은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11.8%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삼정회계법인은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7818억원 초과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 계획과 재무·경영 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만일 미래의 사건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있어서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연결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 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쌍용차는 정리 매매 등 상장폐지 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48조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의 개별재무제표나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거절인 경우 해당 보통주권을 상장 폐지하게 된다. 다만 감사인이 제시한 사유가 해소됐을 경우에는 상장 폐지를 유예할 수 있다. 이의신청시한은 다음 달 13일까지다.
쌍용차는 현재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최종 계약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새 투자 계약을 성사해야만 P플랜(단기법정관리)에 돌입해 존폐 기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