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과 한국 드라마 등의 한류 바람을 타고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분야 무역수지가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튜브, 넷플릭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 해외 기업의 정보기술(IT) 서비스에 지불한 비용이 더 많이 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국제거래 성적은 2조2000억원가량 적자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1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이 분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흑자는 처음이다. 2013년만 해도 8억1000만 달러 적자였던 문화예술저작권 수지는 한류 인기에 힘입어 점차 적자 폭을 줄여 2019년 -1억9000만 달러까지 회복했다. 이어 지난해 BTS·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의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영화·웹툰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덕에 흑자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해외 영화 수입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저작권(17억3000만 달러)을 포함한 전체 저작권 무역수지도 18억9000만 달러 흑자였다.
반면 산업재산권 수지는 특허 및 실용신안권(-23억8000만 달러)을 중심으로 35억3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2014년(-48억2000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다. 코로나19 여파로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법인 현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상표 및 프랜차이즈 로열티 수지 역시 역대 최대인 11억5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기관 형태별로 보면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의 국내 법인이 대다수 속해 있는 외국인투자 중소·중견기업 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5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각각 12억5000만 달러, 22억3000만 달러의 흑자를 올렸음에도 외국계 회사로 유입된 돈 뭉치가 이를 덮고도 넘칠 정도로 컸다.
박창현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코로나19 상황 속에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인터넷이나 유튜브, 넷플리스 등 해외 미디어 플랫폼 사용이 늘어난 부분이 최대 적자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한 지난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8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1180.1원)을 적용하면 약 2조2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전년(5억3000만 달러)보다 적자액이 3.5배 정도 불어났다.
거래 국가별로는 미국(-38억4000만 달러)과의 거래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냈다. 중국(25억9000만 달러)은 베트남(17억7000만 달러)을 제치고 흑자 교역국 1위를 탈환했다. 국내 게임회사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 수출이 늘어난 영향을 봤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