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정부 심판과 야권 재편을 위한 카드로 선택받았다. 2011년 서울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이후 10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다시 한번 화려한 복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올해 초만 해도 오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 그는 수개월간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던 안철수 후보까지 눌렀다.
10년간 잇따른 총선 패배로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대선 전초전인 4·7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는 중도층과 무당층을 꾸준히 공략한 오 후보와 ‘기호 2번’ 제1야당의 역할을 줄곧 주장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 후보의 단일화 경선 승리 원인에 대해 “제1야당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는 정치 상식을 서울시민이 입증한 결과”라고 답했다. 그는 올 초 국민의힘 후보들이 고전할 때도 “제3지대 주자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제1야당 후보 배출론을 주장해 왔다.
오 후보가 중도·무당층을 집중 공략한 전략도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경선 초반 ‘선명한 보수론’을 앞세운 나 전 의원에게 열세를 보였던 오 후보는 초조해하지 않고 끝까지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를 걸어왔다. 향후 당내 경선을 통과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지난 4일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오 후보가 “시민들이 지은 죄를 갚으라는 격려와 함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며 울먹인 모습은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오 후보가 지켜온 중도 확장력은 조직력을 등에 업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LH 사태로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이 대안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 후보가 재건축 단지를 수차례 방문하며 공급 확장책을 내놨지만 조직력 없이 홀로 목소리를 냈기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시장 정상화특위, 서울시재도약특위 등을 가동하며 각종 대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막판 안 후보가 내세운 ‘제3지대에서의 더 큰 야권 통합’ 카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세와 맞물려 파괴력을 지니는 듯했으나 결국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4·7 보궐선거는 오 후보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청년층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 공세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와 함께 통합선대위를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중도·청년층에게 우리의 확장력을 호소할 수 있다”며 “상대의 네거티브를 반박하는 등 전략적 준비는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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