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에 수용도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접종 동의율을 70%대 후반으로 가정하면 당초 계획보다 250만명가량 쪼그라든 950만여명만 상반기에 백신을 맞게 된다. 해외에선 접종에 속도를 낸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의 확진자 발생 추이가 엇갈리며 신속한 접종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3일 백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받은 분들이 접종을 저어해 접종률이 떨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공개된 요양병원 및 시설의 65세 이상 입소자·종사자 접종 동의율은 76.9%에 그쳤다. 지난달 말 집계된 65세 미만 입소자와 종사자의 동의율은 93.7%였다.
접종 시작 후 한 달 새 각종 이상반응 논란을 거치며 낮아진 백신의 사회적 수용도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이대로라면 집단면역 달성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치명률 감소라는 1차 목표 달성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분기 접종대상자 1150만2400명 중 77%가 접종에 동의할 경우, 상반기 접종 대상자는 당초 계획했던 1200만명보다 크게 줄어든 957만명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의 18.4% 수준이다. 젊은 층의 백신 접종 의향이 통상 고령층보다 낮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접종 의향을 물을 때 이유까지 조사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인이 스스로 판단을 해서 안 맞겠다는 것인지,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아 안 맞겠다는 것인지 원인을 알아야 한다”며 “‘무조건 안 맞겠다’는 분들 외에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접종률에 따라 국가 간 희비가 교차했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일찌감치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낸 이스라엘과 영국, 미국은 안정적 감소세를 유지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지난 1월 초 6만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가 전날 기준으로 5400여명까지 줄었다. 반면 접종 연령 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노르웨이와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는 재확산의 조짐이 관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확진 사례가 지난주에 8% 늘었고 사망자도 6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백신만으로는 유행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주장도 증명됐다.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 순위에서 영국과 2위를 다투는 칠레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과거 대규모 유행으로 기저 면역자가 많은 국가”라며 “(확진자 수 감소를) 백신 단독의 효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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