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퇴왕”-국민의힘 “심판론”… 양당 조직력 경쟁 격화

입력 2021-03-24 00:04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를 확정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본선 승리를 장담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사퇴왕’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과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우세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거대 양당은 이번 선거에 명운을 걸고 조직 총동원령도 내린 상태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 캠프의 강선우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고 “‘사퇴왕’ 대 ‘철수왕’의 대결에서 사퇴왕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서울시민을 따돌린 끼리끼리 단일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로 사퇴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제 인물 비교가 본격화될 것이고, 오 후보는 한번 끝난 사람이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며 “세상 천하가 다 아는 거짓말을 하고 본인 거취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서 분명한 설명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장 재임 시절 오 후보에게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던 당시 서울시 주택국장을 이날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여권이 제기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특혜 의혹와 관련, 정부 문건을 공개하며 반박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무엇보다 정권심판론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보궐선거에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정권심판론이 작동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선거 전략을 단순화해 부동산 문제를 제일 이슈화하고, 정권심판론을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민심이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문재인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때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겨냥해서도 연일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2020년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 한국편을 거론하며 “여성 인권에 대해선 성희롱 문제를 다루면서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낯뜨거운 행태와 혐의를 적시했다”고 꼬집었다.

정치 지형을 양분하는 만큼 양당의 조직력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보선인 데다 평일에 이뤄지는 만큼 조직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백병전을 강조하며 현역의원 173명을 동원해 서울·부산 지역구 ‘지인 찾기’에 나섰다. 최근 사태로 냉담하게 돌아선 지지층의 투표 기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대한 투표장에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안규백 상임선대위원장은 “우린 서울서 공조직 힘이 강하다”며 “당원들의 의지와 결기가 모아지고 있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오 후보를 경계했던 것도 국민의힘이 가진 조직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지역 당협위원회별로 당원들 결집을 독려 중이고, 오 후보의 단일화 경선 승리 이후 자발적인 움직임도 폭발적”이라며 “조직력이 여당보다 불리하지만 가용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지지층을 중심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직능본부를 활성화해 시민과의 접점도 늘릴 계획이다.

강준구 이상헌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