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체 벤투호, 필승 일체

입력 2021-03-24 04:05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오후 요코하마의 연습구장에서 패스게임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전날 일본에 도착한 대표팀은 이날 ‘유럽파’ 이강인, 정우영의 합류로 완전체를 이루고 이틀째 훈련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손흥민(토트넘)도, 황의조(보르도)도, 황희찬(라이프치히)도 없지만 적진의 골문을 열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떠난 일본 원정길은 선수 차출부터 방역 절차까지 무엇 하나 수월한 게 없지만 승리해야 한다. 10년 전 마지막 친선전 승부는 0대 3 완패. ‘삿포로 참사’로 기억되는 경기다. 그 치욕을 ‘요코하마 대첩’으로 바꿔놓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 20분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라이벌 매치를 펼친다. 친선경기 차원으로는 2011년 8월 10일 이후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이다. 다만 국제대회에서의 마지막 한일전은 2019년 12월 18일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1대 0으로 승리한 바 있다.

한국은 통산 전적에서 79전 42승 23무 14패로 일본을 압도하지만 마지막 친선경기의 악몽 탓에 이번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다만 일본 수도권에 발령됐던 코로나19 긴급사태가 해제돼 관객이 5000명에서 2배인 1만명 입장하게 됨에 따라 대표팀은 일방적인 일본 응원과 맞닥뜨리게 된다. ‘삿포로 참사’를 경험했던 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박주호(수원FC)는 23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선수들이 한일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꼭 승리하고 돌아가겠다”며 “삿포로에서 홈 관중의 열기가 굉장했다. 이번엔 열기에 눌리지 않고 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날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일본으로 입국하면서 완전체를 이루고 일본 원정 이틀째 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체감되는 대표팀의 전력은 최상이 아니다.

이에 비해 일본 대표팀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30·하노버96) 등 일부 선수가 제외됐지만 한국에 비하면 면면이 화려하다. 유럽파는 공격 선봉을 맡은 미나미노 다쿠미(잉글랜드 사수샘프턴), 센터백 콤비로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인 대표팀 주장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와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 등 9명이다. 국내파 14명도 베테랑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우라와 레즈), 수비수 사사키 쇼(산프레에 히로시마) 등 최정예로 구성됐다.

일본 언론은 연일 한일전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니치는 이날 “코로나19 이후 일본에서 열리는 첫 국제 국가대표 경기인데다 한국에 지면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질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도쿄 스포츠는 “한국 언론이 (한국 대표팀을)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패배를 가정하고 변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